익명 두더지
익명 두더지

고쳐쓰기는 보통 몇 번 하시나요? 퇴고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끄적장인

원고마다 달라요. 술술 풀릴 때는 금방 끝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원고가 나오면 19번 고쳐 쓴 적도 있습니다. 고칠 때에는 다음 항목들을 점검합니다. 1) ‘변화’가 있는가? 장면의 시작과 끝에는 반드시 변화가 있어야 해요. 변화가 없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는 장면이니 과감하게 삭제합니다. 여기서 변화란, 눈에 보이는 물리적 변화만을 뜻하지 않아요. 대화만 오가는 장면이라 할지라도, 캐릭터의 생각이 바뀌거나 목표가 달라졌다면 그것도 변화니까요. 2) 방향성과 기대감을 충분히 주었는가? 독자들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주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비율이에요. 너무 감추면 답답하고, 너무 드러내면 시시해지죠. 저는 80%는 예측 가능하게, 20%는 궁금하게 만들려 노력해요. 3) 갈등이 존재하는가? 캐릭터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려 하는가? 목표와 장애물이 맞부딪히는 갈등이 있어야 이야기가 움직여요. 각 캐릭터는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그 방식의 차이가 캐릭터를 만듭니다. 갈등을 잘 쓰면, 캐릭터도 더 또렷하게 독자에게 각인되죠. 4) 재미 포인트가 있는가? 소소하게 피식 웃게 하든, 강렬한 도파민을 선사하든, 감정을 울리든. 독자가 분명히 반응할 만한 순간이 곳곳에 있어야 합니다. 5) 대사가 맛깔난가? 밍숭맹숭한 장면도 대사만 잘 쓰면 살아나니까요. 6) 문장력은 위의 모든 요소들을 점검한 후에 점검하는데…. 사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이 부분은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아요. 맞춤법이나 세세한 교정은 편집자에게 과감히 넘깁니다. 작가가 진짜로 집중해야 할 일은, 전개와 캐릭터를 더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만드는 거니까요!